여행

스위스 베른에서, 아인슈타인을 생각하다

에이메스 2025. 3. 2. 13:14

유럽 여행 중 베른을 걷다가 문득 아인슈타인의 흔적을 발견했다. 길거리에 그의 얼굴이 그려진 간판이 보이고, ‘아인슈타인 하우스(Einstein Haus)’라는 박물관이 눈에 띈다. 그 순간, 호기심이 솟구친다. ‘이 작은 도시에서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기에 그가 현대 물리학을 뒤집어 놓았을까?’

베른

직장인의 몸, 천재의 머리

1902년, 23살의 아인슈타인은 스위스 연방 특허청에 취직했다. 박사 학위도 못 땄고, 교수 자리도 없었던 그는 먹고살기 위해 기술 서류를 검토하는 공무원이 됐다. 낮에는 기계 특허를 살펴보는 직장인, 밤에는 종이에 숫자를 휘갈기며 사색에 잠기는 천재. 이중생활 속에서 그는 어쩌면 누구보다 평범하면서도 비범한 사람이었다.
그는 특허 문서를 보면서도 ‘이 기술이 정말 제대로 작동할까?’라는 질문을 끊임없이 던졌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과학의 본질을 깊이 파고들었고, 회사에서 점심시간마다 동료들에게 자신의 아이디어를 쏟아냈다. 그가 “저 녀석 또 시작이네” 소리를 들으며 연구를 이어갔다니, 왠지 친근하지 않은가?
 

시계탑 앞에서 터진 영감

베른의 랜드마크 시계탑(Zytglogge) 앞에서 아인슈타인은 친구와 대화를 나누었다. “빛의 속도로 달려간다면 저 시계는 어떻게 보일까?” 이 한마디가 그의 인생을 바꿨다.
우리는 보통 시간을 절대적인 것으로 생각하지만, 그는 ‘시간도 상대적일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결국, 이 질문이 ‘특수 상대성이론’으로 이어졌고, 나중에 우리가 알고 있는 E=mc² 공식이 탄생하는 출발점이 되었다. 세상을 바꾼 아이디어가 거창한 연구실이 아니라, 길거리에서 나온 셈이다.

치트글로게(Zytglogge) 시계탑 - 특수 상대성이론에 영감을 줬다는 그 시계탑
치트글로게(Zytglogge) 시계탑쪽에서 바라본 거리

기적의 해, 1905년: 미친 듯이 몰입하다

아인슈타인은 1905년 한 해 동안 네 편의 논문을 발표했다. 이것들이 현대 물리학의 판을 뒤집었다고 해서 그해를 ‘기적의 해(Annus Mirabilis)’라고 부른다.

  • 광전 효과 논문: “빛이 파동만이 아니라 입자처럼도 행동한다.” → 양자물리학의 문을 열었다.
  • 브라운 운동 논문: “눈에 보이지 않는 원자가 실제로 존재한다.” → 과학자들이 원자의 존재를 확신하게 되었다.
  • 특수 상대성이론 논문: “시간과 공간은 절대적이지 않다.” → 기존의 뉴턴 역학을 뒤흔든 개념.
  • E=mc² 공식: “질량은 에너지가 될 수 있다.” → 핵에너지와 원자폭탄의 기초가 되었다.

보통 천재라고 하면, 하루아침에 아이디어가 떠오를 것 같지만, 그는 정반대였다. 오랫동안 고민하고, 끈질기게 생각을 이어가면서 돌파구를 찾아낸 것이다.
 

이제는 많이 들어서 알고는 있지만

아인슈타인의 삶에서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교훈은 단순하다. 위대한 아이디어는 일상 속에서 나온다. 카페에서 친구와 수다를 떨다가, 출퇴근길에 문득 떠오르는 생각 속에서, 그 작은 호기심을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사람만이 새로운 길을 열 수 있다.
베른에서 그의 발자취를 따라 걷다 보면 문득 나도 생각해본다. ‘내가 놓치고 있는 질문은 뭘까?’ 그리고 만약 아인슈타인이 지금 여기 있었다면, 어떤 이야기로 내 사고를 흔들었을까?

나는 특별한 재능이 있는 것이 아니라, 단지 호기심이 많을 뿐이다.

I have no special talent. I am only passionately curio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