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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비타 디 바뇨레조] 사라지는 도시, 그러나 남아 있는 것들

이탈리아에는 관광객들로 가득한 유명한 도시들이 있다. 로마, 피렌체, 베네치아 같은 곳들. 하지만 이탈리아에는, 그런 대도시들과는 완전히 다른 시간이 흐르는 작은 마을도 있다.치비타 디 바뇨레조(Civita di Bagnoregio). 바람과 침묵만이 남은 마을치비타 디 바뇨레조는 ‘죽어가는 마을(La città che muore)’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다. 왜냐하면, 이 마을은 점점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이곳을 떠받치고 있는 것은 부드러운 화산성 응회암 지대인데,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무너져 내리고 있다. 몇백 년 전만 해도 큰 도시였지만, 지금은 단 몇 명의 주민만이 남아 있다.  도시에 들어가는 유일한 길이 마을로 들어가는 길은 단 하나뿐이다. 마치 공중에 떠 있는 듯한 다리. 자동차도 다닐 ..

여행 2025.03.02

[오르비에토 성당] 시간이 깃든 공간

이탈리아의 작은 언덕 도시 오르비에토. 피렌체도 아니고 로마도 아닌 이곳에 발길을 멈춘다면, 아마도 그 이유는 하나일 것이다. 오르비에토 성당(Duomo di Orvieto).고딕 건축의 걸작, 그 앞에 서다오르비에토 성당은 그 자체로 ‘압도’의 감각을 선사한다. 건물의 정면을 장식한 황금빛 모자이크, 정교하게 조각된 조각상들, 하늘을 찌를 듯한 고딕 양식의 첨탑. 그것은 건축이 아니라 신앙이었고, 예술이었고, 시대를 뛰어넘은 인간의 도전이었다.하지만 이 성당이 더욱 특별한 이유는, 그것이 기적에서 시작된 성당이기 때문이다.한 장의 피 묻은 성작(聖爵)1263년, 한 독일인 신부가 로마로 가던 중이었다. 그의 마음은 흔들리고 있었다. 정말로 성찬식에서 빵과 포도주가 예수의 몸과 피로 변할까? 그는 믿음과..

여행 2025.03.02

[에펠탑] 철덩어리에서 세계적 아이콘이 되기까지

에펠탑은 그 자체로 역설적인 존재다. 지금은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랜드마크지만, 처음 등장했을 때는 ‘파리의 수치’라 불렸다고 한다. 고전적 아름다움이 가득한 도시에 이질적으로 솟아오른 거대한 철구조물. 19세기 파리의 예술가들과 문인들은 이 ‘괴물’을 받아들이기 어려웠다.기 드 모파상의 반항소설가 기 드 모파상은 에펠탑을 그야말로 혐오했다. 하지만 그는 매주 에펠탑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했다. 모순적이지 않은가? 그 이유를 묻자, 그는 태연하게 대답했다. “파리에서 유일하게 에펠탑이 보이지 않는 곳이기 때문이지.” 철거될 운명이었던 탑에펠탑은 원래 1889년 만국박람회를 위해 지어진 임시 구조물이었다. 당시 계획대로라면 20년 후 철거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구스타브 에펠은 이에 동의하지 않았다. 그는 에펠..

여행 2025.03.02